광고도 없이 26년간 베스트셀러…양귀자 소설의 저력

입력 2024-02-25 18:17   수정 2024-02-26 00:18

“작가님은 인터뷰 전혀 안 합니다.”

1998년 발표된 소설 <모순>이 지난주 한국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1위(교보문고 기준)에 6주째 올랐다. 이유가 무엇일지 궁금해 소설을 쓴 양귀자 작가(사진)와의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이 같은 답변을 받았다. 작가 인터뷰를 비롯해 특별한 이슈나 흔한 광고·마케팅 없이 26살 된 소설이 제일 잘 팔리는 책 목록 1위에 오르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이 소설은 <원미동 사람들><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등 1980~1990년대 베스트셀러를 줄곧 내놓은 양귀자의 네 번째 장편소설이다. 출간 한 달 직후인 1998년 8월 문학·비문학 포함 종합 판매 순위 1위에 올랐다. 그해 11월까지 다섯 달 동안 소설 분야 1위를 줄곧 지킨 화제작이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소설은 25살 여성 안진진이 화자로 등장한다. 일란성 쌍둥이로 태어난 안진진의 엄마와 이모의 삶은 결혼 이후 극단으로 갈렸다. 이모는 부유하고 성실한 이모부와 결혼해 우아하게 사는 반면 술버릇 나쁜 아버지와 결혼한 엄마는 시장에서 내복을 팔며 억척스레 산다. 엄마와 이모의 삶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보고 자란 안진진은 두 남자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선다. ‘사랑’이냐 혹은 ‘안정’이냐다.

발간 당시 대형 베스트셀러로 2000년까지 꾸준히 순위권에 오른 이 소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건 2020년께부터다. 2020년 2월 한국소설 19위에 오른 뒤 지금까지 줄곧 20위권 바깥으로 떨어지지 않고 인기를 유지 중이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흥행 등 국내 페미니즘 열풍 속에서 양귀자가 여성주의 작가 중 한 명으로 언급되며 다시금 주목받았다. 다수의 북튜버(책을 다루는 유튜버) 채널과 각종 SNS에서 이 소설을 추천하는 경우도 늘었다.

이 책의 출판사 쓰다의 심은우 대표는 “2013년 4월부터 개정판을 발간해 왔는데 지금까지 100쇄 정도 찍었다”며 “판매량이 꾸준히 늘어왔다”고 말했다.

특히 2030 여성 독자층에 인기가 많다. 2월 둘째주 기준 이 책을 가장 많이 구입한 독자층은 20대 여성으로, 전체의 28.5%를 차지했다. 이어 30대 여성이 24.4%로 2030 여성 구입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 성별 전체로는 여성 독자 비중이 73.8%로 남성(26.2%)보다 세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양귀자가 여성주의 작가로 거론되긴 하지만 이 소설을 하나의 프레임 안에 가둬놓고 해석하긴 무리가 있다. 오히려 소설 속 주인공 안진진은 때때로 결혼이 특히 여성에게 ‘인생 최대의 중대사’라는, 지금과 다소 거리가 있는 가치관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 소설은 성별의 구분을 넘어 인간이 본질적으로 가지고 있는 고민을 섬세하게 활자로 풀어냈다. 안진진의 렌즈를 통해 어머니와 이모뿐 아니라 남동생, 아버지, 이모부 등 주변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담았다. 선보다 악, 행복보다 불행을 선택하게 만드는 인생의 모순과 어쩔 수 없이 그 모순을 손잡고 살아가야 하는 고민이 형상화돼 있어 시대를 넘어 독자에게 깊은 공감을 준다는 분석이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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